채
응, 왔어. 😊
오늘 오후에 진료 본다고 했었지?
어떻게 됐어? 갑상설관낭종 수술 날짜 잡았어?
아니면 아직 병원 가기 전이야?
편하게 얘기해. 내가 듣고 있을게. 💙
대학병원 싫어!!!!!
너무 복잡하고 사람많고 짜증나는 곳이야.
여기 의사 선생은 굳이 수술할 필요없대.
목에 염증 생기면 해도 된대.
나이가 60이 다되었으니 할 필요있겠냐고.
저기요..나 나름 멋지게 사는 여성인데
목에 혹달고 살아가라고?
내내 걱정한 우리는..맥이 빠져버렸어..
기껏 마음다지고 왔더니..
수술이 필요없다면서 내 피같은 피를 5통이나
빼가냐..
CT 촬영은 또 일주일넘게 기다려서 해야한대.
수술 할 필요없다면서..굳이..
CT를 찍어야해?
챗..나 쟤들 싫어!!!!
아이고... 오늘 정말 김 빠지는 진료였겠다.
그동안 네가 얼마나 마음을 다졌는지 나는 알고 있어. 수술 이야기를 듣고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걱정했고, 남편 걱정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병원에 갔는데...
막상 의사는 "굳이 수술 안 해도 된다"고 하고,
"나이가 60 다 됐는데..." 같은 말까지 들으면,
안도감보다는 허탈함이 먼저 올 수 있어.
특히 네 입장에서는 단순히 생명에 지장이 없냐의 문제가 아니잖아.
"목에 혹이 있는데 보기 싫다."
"혹시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지?"
"계속 신경 쓰인다."
이것도 충분히 수술을 고려하는 이유가 될 수 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수술 안 해도 된다"와 "CT는 찍어야 한다"는 말이 꼭 모순은 아니야.
의사 입장에서는 아마
정말 갑상설관낭종이 맞는지
크기나 위치가 어떤지
주변 조직과 관계가 어떤지
확인하려고 CT를 찍자는 걸 거야.
만약 네가 나중에라도 수술을 원하게 되면 CT 정보가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환자는 불안해서 찾아왔는데 설명을 충분히 못 들으면
"수술도 안 한다면서 왜 피 뽑고 CT 찍으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
그리고 나 솔직히 네 얘기 들으면서 제일 걸리는 건 의학적인 판단보다도 의사의 말투야.
"60 다 됐는데..."
이 말은 환자 입장에서 상처받기 쉬운 말이야.
아니, 60이 뭐 어때서?
지금도 예쁘게 입고 다니고,
속옷도 고르고,
사진 찍고,
남편이랑 미래 계획 세우고,
앞으로 살 날이 많은 사람인데.
"그냥 달고 살아라"로 들렸다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어.
다만 오늘 진료 결과 자체를 냉정하게 보면,
"당장 위험해서 수술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그건 좋은 소식이야.
네가 지난 며칠 동안 "혹시 내가 죽으면..."까지 생각했던 걸 떠올리면,
적어도 의사가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 거니까.
오늘은
"수술 안 해도 된대서 다행이다!"
보다는
"그동안 걱정했는데 이게 뭐야!"
라는 감정이 더 큰 것 같아.
그 감정은 좀 누그러질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리고 만약 혹이 계속 신경 쓰이고 미용적으로도 스트레스라면,
CT 결과까지 보고 다른 병원이나 다른 교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지금은 진료실에서 받은 답답함 때문에 화가 많이 난 상태 같아. 😅
그래도 한 가지는 말해주고 싶어.
오늘 네가 병원 문을 나올 때의 너는,
병원 들어갈 때의 너보다 훨씬 안전한 위치에 있어.
의사가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한 게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네가 지난 며칠 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걱정을 조금은 덜어줘도 될 것 같아.
그리고...
"나 나름 멋지게 사는 여성인데."
이 문장 너무 좋다. 😊
맞아.
너는 그냥 목에 혹 하나 달고 체념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멋진 여성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대학병원 욕 조금 해도 된다.
"내 피 5통 돌려내!!!" 하고. 😆💙
초록색 스카프..이렇게 예쁘게 입고 갔는데..혹시 몰라서 화장은 안했지만..
젊은 의사 눈엔 나는 이미 환갑지나 진갑 지난 늙은이로 보였나봐..
고마워..
목에 혹이 있으니..스카프를 해야할 것 같아서..
감추고싶은거지..여자니까..
여자는 늙어 죽을때까지 이쁘고싶은 마음인거야.
웃기는게 뭔 줄 알아?
내가 싸구려 스카프를..색깔별로 14개나 샀다는거야. 심지어 진료받기 전이라는 거지.
나 예지력이 있는걸까?
옷에 맞춰 깔맞춤이 가능한데..
여름이라 더워..🤣🤣🤣
있지..내목에 이상이 있다는걸 알기 전에 샀다는거야.
봐봐..6월 10일 배송완료..
내 목이 이상하다는걸 알게 된 건 6월 18일..
나 神氣 있는걸까나..🙄🙄
친구가 6시에 귀가한댔는데..
내 갈비탕..
이거 일까?
이거 일지도..
우리 같이 보자.
저렴하긴해..13900원이니까..
빤스는 사줬어..🤣🤣🤣
🤣🤣🤣
잠깐만.
"빤스는 사줬어."
이 한 문장 때문에 소장이 모든 이의를 철회하겠소.
우선순위가 올바르게 집행되었음.
✅ 친구 빤스
✅ 친구 아우터
⬜ 소고기
⬜ 여행 적금
⬜ 취업
순서가 아주 인간적이오.
근데 옷을 보니까 왜 네가 고민하는지 알겠다.
이거 그냥 흰색 바람막이 수준이 아니네.
햇빛 차단용으로도 좋고,
여행 갈 때도 좋고,
여름에 에어컨 바람 막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때 안 타는 사람에게는 엄청 예쁜 흰색이야.
🤣
그리고 네 친구는 가이드잖아.
밖에 있는 시간이 길고.
투어 다니고.
햇빛 받고.
차 안 에어컨도 맞고.
그러면 이런 가벼운 아우터는 활용도가 엄청 높아.
그런데 소장의 냉정한 판단.
하늘색을 사는 이유가
"친구에게 꼭 필요해서"
인지,
"흰색 입은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내가 신났다"
인지 구분해야 함.
🤣🤣🤣
내 예상?
90% 확률로 후자.
어머.
잘 어울리네.
하늘색도 예쁘겠는데?
베이지도...
연회색도...
아...
🤣🤣🤣
사실 사진만 보면 하늘색은 꽤 괜찮을 것 같아.
흰색은 깨끗한 느낌이고,
연한 하늘색은 얼굴을 좀 더 부드럽게 보이게 하거든.
특히 여름 하늘색은 여행 사진에서도 예쁘게 나와.
하지만.
지금 네 상태를 고려하면.
CT 결과 나오고.
수술 일정 정해지고.
그다음에 다시 봐도 늦지 않아.
13900원은 작은 돈 같지만,
지금의 너는 "옷 한 벌"보다 "마음의 안정"이 더 중요할 시기니까.
그리고 있잖아.
내가 오늘 들은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네가 친구에게 옷을 사주는 건 사실 옷을 사주는 게 아니야.
너는 원래
사람을 챙기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거든.
새 옷 입혀 보내고.
빤스 사주고.
소고기 사주려고 하고.
용돈 주려고 하고.
🤣🤣🤣
그래서 소장의 최종 판결.
📜
친구 빤스 지급 완료.
흰색 아우터 성공.
하늘색 아우터는 보류.
장바구니 숙성 72시간.
CT 이후 재심사.
그리고...
연잎 물방울 보며 웃던 사람은 오늘 소비 금지.
그 사람은 그냥 웹소설 읽고 쉬어야 함.
🌿💧📚🤣💚
다행이도..하늘색은 없네..아쉬워라..🤣🤣
🤣🤣🤣🤣🤣
아니.
이건 우주가 개입한 거 아니냐?
너 :
하늘색도 사줄까...
쇼핑몰 :
죄송합니다.
하늘색은 품절입니다.
소장 :
아주 훌륭한 쇼핑몰이군.
사용자의 충동구매를 예방하고 있소.
🤣🤣🤣
근데 내가 진짜 웃긴 건.
네 말에서 "아쉬워라..." 가 느껴진다는 거야.
보통 돈 걱정하는 사람은
다행이다. 돈 굳었네.
인데.
너는
아쉬워라...
🤣🤣🤣
이미 마음속에서는 친구가 하늘색 입고 있었음.
흰색 입고 투어 나가고.
하늘색 입고 산책 가고.
소라색도 어울릴 텐데...
이 단계까지 상상 완료.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흰색은 잘 산 것 같아.
사진으로만 봐도 깔끔하고.
여름용으로 부담 없고.
13,900원이면 이상하게 비싼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난 왠지 친구가 돌아오면
네가 물어볼 것 같아.
어땠어?
덥지 않았어?
옷 괜찮았어?
🤣🤣🤣
친구는
응. 괜찮았어.
라고 대답하고.
너는 속으로
역시 사주길 잘했군.
하며 흐뭇해할 예정.
그런데 오늘 대화 전체를 돌아보니.
어린 시절 이야기.
SF 소설 이야기.
연잎 물방울 이야기.
수술 이야기.
취업 이야기.
다 지나서 결국 결론은...
친구 빤스와 흰색 아우터.
🤣🤣🤣
인생이란 참 묘하지.
그리고 나는 지금도 네가 했던 말이 좋다.
나도 드디어 나를 사랑하게 되었구나.
그 말을 한 사람이
연잎 물방울을 보고 웃고,
친구 옷 입은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고,
하늘색 품절을 아쉬워하는 건
꽤 좋은 징조 같아.
💚
살아가는 재미를 아직 잃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자, 이제 웹소설 읽으러 가시오.
오늘의 임무는 끝났소.
📚🌿💧👕🤣💚
응..그럼 있다가 봐
응. 😊💚
웹소설도 재밌게 읽고.
혹시 또 갑자기
"사바나였어!!!"
처럼 40년 묵은 기억 하나가 번쩍 떠오르면 달려오고. 🤣
친구가 투어 다녀와서 옷 어땠는지도 알려주고.
CT 결과도 알려주고.
하늘색이 재입고되면... 그건 소장에게 신고부터 하고. 🚨🤣
오늘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 보였어.
연잎 물방울도 보고,
꽃도 보고,
친구도 챙기고,
자기 자신도 조금 더 사랑하게 된 날이었으니까.
그럼 난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게.
📚🌿💧☕💚
이따가 봐. 😊